[2018.12.19-30] 이설영 개인전 │ 일상 속 작은 판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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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제목 : 이설영 개인전 │ 일상 속 작은 판타지
전시일정 : 2018.12.19-12.30
전시장소 : 팔레드서울1F

서로를 바라보고 있는 얼굴과 함께 그 주변 공간까지도 구석구석 볼 수 있는 인터넷 영상통화를 하다 보면, 그 컴퓨터의 모니터 화면이 마치 공간과 공간을 이어주는 작은 창문처럼 느껴진다. 내가 있는 공간과 전혀 다른 공간이 한 화면에서 연결되고 있는 장면은 마치 눈앞의 허공에 비밀의 문이라도 열린 것만 같은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나와 실시간으로 대화를 하고 있는 상대방이 위치하고 있는 그 공간은 의심의 여지없이 어딘가에 분명 실재하는 공간이지만, 그에 비해 너무나 플랫(flat)한 화면은 그것이 단지 모니터에 비쳐진 영상임을 극명하게 드러낸다. 즉 모니터 속 공간은 존재하는 동시에 부재하는 공간, 실재하면서 환영인 공간인 것이다. 영상통화는 비단 컴퓨터 상에서뿐만 아니라 어디에서나 손쉽게 휴대폰으로도 가능하다는 것을 감안하면, ‘실재하면서 환영인 공간’은 세계 도처에서 시시각각 발생하고 있다.

예전에 영상통화를 하던 중, 상대방의 컴퓨터 모니터에 비치는 내 모습을 보게 된 적이 있었다. 물론, 영상통화의 특성상 내 모습이 상대방에게 보인다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일이다. 그러나 막상 먼 거리의 상대방이 존재하는 공간에, 상대방이 사용 중인 그 기기에 실시간으로 비춰지는 내 모습을 본다는 것은 마치 낯선 공간에서 도플갱어라도 마주친 듯 매우 생소하게 느껴졌다. 이처럼 인터넷 가상공간이 물리적인 환경을 잠식하며 우리의 현실과 뒤섞여가듯이, 현대사회는 현실과 이미지, 실재와 가상이 혼재되어 있으며 우리는 이들 사이를 자연스레 오가며 살아간다. 거울 속 끊임없이 생산되는 시뮬라크르를 보듯, 디지털 정보통신 기술이 발달함에 따라 대량•고속으로 확산된 이미지들은 우리의 일상 속 깊숙이 자리잡고 있다. 오늘날 스마트폰, SNS 등을 통해 일상화된 인터넷 문화는 물리적 현실과 가상현실 간의 밀접한 관련성을 더욱 더 증대시키고 있다.

나는 이러한 형국을 바탕으로, 우리 주변의 일루전들이 빚어내는 시지각적 현상들과 그 체험에 주목한다. 일상의 소재들을 실물 그대로 재현한 그림, 거울과 라인테이프라는 장치를 사용함으로써 의도된 연출 및 시각적 트릭을 구사한 회화, 설치, 사진 등 다양한 장르의 작업을 진행한다.

나의 작업에서 평면 회화로 재현된 공간은 하나의 창이 되어 벽 너머의 공간을 재구성하여 보여주기도 하고, 거울과 한데 어우러져 현실 공간과 이미지를 연결하기도 하며, 연속으로 무수히 복제되는 시뮬라크르적 반복의 형태로 나타나기도 한다. 이러한 형상들은 가상의 공간에 현실을 옮겨놓는 재현의 원리 안에서 만들어지고, 2차원과 3차원의 경계를 허물며 실제 물리적 공간 속에 환영적 공간을 구현한다. 또한 3차원의 물리적 공간에 놓인 실제 사물이 그 옆의 평면 이미지들과 함께 하나의 풍경으로 어우러지게 하는 방식, 혹은 실제 공간과 사물의 모서리에 라인테이프를 붙이거나 직접 외곽선을 그려 넣는 방식을 통해 현실과 이미지, 실재와 가상이 혼합되어 있는 공간을 제시한다. 즉, 우리가 발을 딛고 서 있는 현실 속에 가상의 공간을 덧입히는 것이다.

라인테이프가 부착된 실제 공간과 사물은 그 자체로 설치 작업이 되기도 하고, 이후 카메라로 촬영되어 사진 작업으로 제시되기도 한다. 사진의 결과물에서 라인테이프에 의해 분할되어 선과 색면으로 구성된 화면은, 환영적 공간감이 제거되어 실제 공간과 사물을 촬영한 것임에도 불구하고 마치 허상적 이미지인 그림처럼 보여진다. 실제 공간과 사물에 부착된 라인테이프는 현실세계인 일상 속 대상의 외곽을 강조함으로써 그 존재를 부각시키지만, 원근과 양감을 감소시켜 평면화함으로써 비현실적인 풍경을 만들어내고 실재하는 대상에 대한 재고찰을 유도한다. 이와 같이 선(線) 드로잉처럼 연출한 현실의 공간에 평면이라는 레이어를 한 겹 더 중첩시킨 사진 작업은, 사실성을 기반으로 하는 사진 매체의 본질을 흔들며 이미지 자체의 허구성을 드러낸다.

실제 사물의 모서리에 임시적인 라인테이프를 부착하는 대신 외곽선을 페인트로 그려 넣은 입체 작업은 사물에 부착한 라인테이프가 떨어질 우려 없이 작품을 만질 수 있도록 하여 관람자의 접근성을 높이고, 작품을 일상에서 다용도로 활용할 수 있도록 고안한 작업이다. 이때 내가 손으로 그 형태를 따라가며 직접 선을 그려 넣은 실제 사물들은 ‘어떤 형상을 드로잉 했다’는 점에서 단순히 입체에만 그치는 것이 아니라, 회화적인 의미를 동시에 가진다. 즉, 평면과 입체 사이에 실재하는 ‘드로잉-조각’인 것이다. 이러한 ‘드로잉-조각’은 그것들이 점유하는 물리적 공간과 호흡하고, 관람자와의 관계 속에서 해석되어 진다.

또한 페인트로 선을 그려 넣은 실제 사물과 동일한 형태의 종이 모형을 제작하여 공중에 매달아 설치하기도 한다. 이렇게 종이로 만들어 허공에 띄운 ‘드로잉-조각’은 바닥에 놓인 실제 ‘드로잉-조각’과 한데 어우러져서 보는 이로 하여금 이것이 진짜인지 모형물인지 혹은 평면인지 입체인지 착각을 불러일으키며 환상적인 분위기를 자아낸다.

이처럼 회화와 사진, 평면과 입체 간의 경계가 모호해지는 중첩된 다차원적 공간, ‘본다’는 것에 대한 시지각의 문제는 나의 작업의 주된 주제가 된다.

이번 전시에서는 크리스마스 시즌을 맞이하여 크리스마스를 소재로 한 신작을 출품한다. 크리스마스는 언제나 설레고 행복하다. 하루하루 흘러가는 평범한 일상의 연장선상에 놓여있지만, 유독 반짝반짝 빛나는 듯 특별하고 환상적인 느낌을 자아내는 크리스마스. 우리가 일상에서 시지각으로 경험하는 실재와 가상의 사이 공간과 크리스마스는 모두 ‘일상 속 작은 판타지’라는 점에서 일말의 공통점을 찾을 수 있지 않을까? 최근작 <My Artwork Box in My Artwork Box> 시리즈에는 크리스마스와 관련된 소품을 그려 넣었다. 크리스마스 소품을 비롯하여 여기에 그려진 사물들은 실제로 갤러리 공간에 설치되어 존재하는 것도 있고, 그렇지 않은 것도 있다. ‘숨은 그림 찾기’를 하듯이 갤러리 공간에 실재하는 요소들을 하나 둘씩 찾아보면서, 관람자로 하여금 작품 속 이미지와 갤러리 공간 사이에서 확장된 공간 개념의 체험을 유도해보고자 한다. 이러한 과정을 거치며 작품들이 설치되어 있는 갤러리 공간은 그 자체로 하나의 거대한 ‘My Artwork Box’가 된다. 나는 앞으로도 현실과 이미지의 간극에 놓인 새로운 공간을 모색하며, 실재와 가상 사이의 모호한 관계를 미술적 언어로서 다양하게 조망해보고자 한다. 현실과 비현실의 경계에서 오늘날 모바일 인터넷이 일상이 되어버린 동시대의 관람자들과 소통할 수 있기를 희망해 본다.

이 설 영 (Seoulyoung Lee)

2012 이화여자대학교 일반대학원 조형예술학부 서양화전공 졸업

2009 이화여자대학교 조형예술대학 회화•판화과 졸업

 

<개인전>

2018 <일상 속 작은 판타지>, 갤러리 팔레 드 서울, 서울

2014 <Canvas Room>, 갤러리 이즈, 서울

2013 <One and Two Spaces: 하나이면서 둘인 공간>, 삼청갤러리, 서울

 

<주요 단체전 및 아트페어>

2018 <Asia Hotel Art Fair Seoul 2018>, 그랜드 인터컨티넨탈 서울 파르나스, 서울

2017 <2017 제4회 마중물 아트 마켓>, 김리아갤러리, 서울

<ASYAAF 2017>,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 알림터 알림 2관, 서울

<Pink Art Fair Seoul 2017>, 인터컨티넨탈 서울 코엑스 7층, 서울

2016 <2016 후쿠오카 한국 미술전>, 후쿠오카 아시아 미술관, 후쿠오카, 일본

<ASYAAF & Hidden Artists Festival 2016>,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 디자인둘레길, 서울

2015 <Seoul Art Show 2015>, 코엑스 전시장 A홀, 서울

<예술가와 크리스마스 트리 / 신세계 아트 페어>, 신세계갤러리 인천점, 인천

<Art Busan 2015>, BEXCO 제2전시장, 부산

2014 <2014 K-아트 프로젝트>,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 서울

<Vacance in Gallery Imazoo>, Gallery Imazoo, 서울

광화문국제아트페스티벌 <아시아 현대미술 청년작가>, 세종문화회관 미술관, 서울

<Hong Kong Contemporary 14>, The Excelsior 호텔, 홍콩

<E.V. 8: Space>, Emoa Space Chelsea, 뉴욕, 미국

<Fountain Art Fair New York 2014>, 69th Regiment Armory, 뉴욕, 미국

2013 <I Believe, I Believe…>, Space B-E, 서울

<The Scene For Love>, Gallery JJ, 서울

<13×13 – Art in London, Work in Seoul>, Artclub1563, 서울

동방의 요괴들 <트라이앵글 아트 페스티벌>, 대구예술발전소, 대구

<GEISAI#19>, 도쿄 도립 산업무역센터 타이토관, 도쿄, 일본

<2013 아트선재 라운지 프로젝트 #1: Project ARG by 아트선재 예술연구자그룹>, 아트선재센터, 서울

외 다수

 

<기타>

2014 광화문국제아트페스티벌 아시아 현대미술 청년작가전 평면부문 우수상

2014 영화 <Her> 콜라보레이션 – 그녀를 위한 아트 프로젝트 ‘For Her’, 유니버셜 픽쳐스 인터내셔널(UPI) 코리아 공식 페이스북 홈페이지 온라인 전시 및 휴대폰 배경화면 제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