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9.30-10.8] 노경민 개인전_시(詩)

노경민 슬라이더2

: 노경민 개인전_()

전시일시 : 2014. 9. 30(화) ~ 10. 8() 9일간

전시장소 : 갤러리 팔레드서울 B1

노경민은 개인적인 경험에서 시작하여 인간의 원초적 욕망인 성(性)에 대해 풀어나간다. 성을 접할 때 동시에 일어나는 가벼움과 무거움이라는 모순적인 감정에 대해 탐구한다. 작가는 한 번 빠지면 벗어날 수 없는 늪과 같은 욕망의 무거움과, 상품처럼 쉽게 사용되고 버려지는 성의 가벼움 사이에서 혼란을 느낀다.

노경민의 작품은 성적 흥분 가운데 있는 여성의 얼굴과, 모호한 풀숲의 풍경으로 나뉜다. 28점의시(詩) 연작은 포르노그래피에서 등장하는 여성들의 얼굴만을 담은 것이다. 작가가 선택하여 그린 여성들의 얼굴은 작품에서 쉽게 볼 수 없는 표정들이다. 낯선 표정들은 도색잡지에 나올법한 여성의 관점으로 욕망의 대상이 되는 여성에 관한 메타포들을 중성적으로 다루고 있다. 특히 늪 시리즈는 상징적 형상과 붓 터치를 세련되게 구사하였다.

노경민은 팔레드서울의 신진작가 공모에 당선되어 첫 개인전을 여는 작가이다. 노경민 개인전 시(詩)는 10월 8일까지 계속된다.

- 팔레드서울 이수 -

    “살색의 물결이었다. 우연히 오빠의 컴퓨터에서 재생된 영상파일은 다소 충격적이었다. 남녀가 한데 뒤엉켜 섞이고 있었다. 정체불명의 신음소리들은 나를 자극시켰다. 시간이 가는 줄 모르고 빨려 들어가듯 영상을 응시하게 되었다. 나에게 어떤 영화보다 흥미진진했던 그 찐득한 영상은 포르노였다. 때때로 그리고 자주 오빠의 컴퓨터를 탐닉했다. 영상의 종류는 무궁무진했고, 호기심을 자극시켰다.

그 영상을 본 후 나는 아이러니하게도 양가적인 감정을 느끼게 되었다. 사회에서 20대 여성으로써 남성의 성적욕망의 대상이 된다는 것에 대한 슬픔과 한국사회에서 여성이 드러낼 수 없는 은밀한 성적욕망에 대한 흥미였다.

본격적으로 작업을 시작할 2009년 당시, 몸과 마음을 바친 남자친구에게 무자비하게 차였다. 짧았던 우리의 연애 행각은 사랑과는 아무 상관이 없어 보였다. 연애행각은 너무 가벼운 일로 변했고, 내 상처는 버거웠다. 마치 포르노 속 여배우처럼 이용당하고 버려진 것 같았다. 여배우는 곧 내가 되었다.

감정이입 덕분인지 포르노에서 여성을 다루는 시각은 내겐 다분히 폭력적으로 비춰졌다. 포르노는 여성을 단순히 남성의 시각에서만 쾌락적이고, 자극적으로만 비춘다. 은밀한 여성의 신체를 남성의 호기심을 위해 드러내며 자극하고, 충족시키는 관점에서 여성을 이용한다. 과도한 집약성, 이미지의 과잉, 신체를 실제보다 가까이에서 밀접하게 접근하여 폭력적으로 드러낸다. 인간에게 원초적이고 필수적인 섹스라는 것을 남성의 욕망 아래 여성의 신체를 과도하게 집착하고 드러내며 여성을 도구화 한다. 포르노 매체 속 그녀들의 모습을 보며 여성으로써 불안하고 우울한 감정과 두려움을 느끼게 됐다. 성적 자극보다도 여성으로써 그녀들, 혹은 내가 느끼는 사회적 시선에 대한 불안감, 낭떠러지에 아슬아슬하게 걸쳐있는 듯한 위태로운 감정 같은 것이다. 여성인 내게 섹스는 여전히 여성적 자아의 신비가 숨어 있는 금고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안타까움과 뭔지 모를 공감에서 오는 슬픔, 그리고 허무함 같은 감정을 어떻게 표현할 것인가를 고민했다. 포르노에 나오는 여성들은 대부분(진실인지 거짓인지는 모르지만)오르가즘을 느낀다. 오르가즘과 포르노에 나오는 여성을 보는 내 감정은 남성을 대하는 여성의 심리와 몇 가지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했다. 그녀들의 표정에서 보이는 흥분과 고통, 극에 달한 불안정한 느낌이 ‘연애’라는 것에서 보이는 가벼움과 무거움 사이의 아이러니를 보여주는 것 같았다. 영혼과 육체간의 화해 불가능한 이원성(무거움과 가벼움)은 나에게 탐구할 대상이 되었다. 

무거운 것-가벼운 것의 모순에 대한 개인의 감정은 명확함과 화려함 보다는 흐릿하고 뒤섞이고 애매모호한 오르가즘 상태의 여성으로 나타난다. 주제와는 다소 상반된 한지라는 매체에 먹과 한국 전통 물감을 이용해 번짐으로 형태와 색의 경계를 분산시킨다.

이러한 방법으로 얻어진 표현적인 모호함은 포르노 속 그녀들의 일그러진 표정에서 보이는 흥분과 고통, 극에 달한 불안정한 느낌으로 내게는 자기연민의 감정을 갖게 한다. 현실의 공허함으로부터 비롯된 감정들을 위로하려 했던 마음이 들어있다.

남성의 성적 욕구에 의해 사용당하고 버려지는 것은 사회로 나아가야 하는 여성인 내가 받아들여야 숙명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나는 그녀들을 그림으로써 그녀들을 직시하려 한다.

나의 시선에서 그녀들은 더 이상 타자가 아니다. 남성적 시선아래에서 욕망의 대상으로 전락하는 그녀들의 모습에서 나는 슬픔과 고통을 느낀다. 그리고 연민한다.

후 연애의 긴 공백기를 가졌다. 상처는 희미해지고 욕망은 진해졌다. 내 안의 은밀한 성적 욕망이 요동쳤다. 나에게 사랑의 영역은 너무 무겁고 심각한 일로 변해버렸다. 여자라는 말은 남성 여성을 구분하는 것 이상의 다른 의미를 지녔다는 것을 깨달았다. 정절을 불가결한 전제 조건으로 간주한다는 증거가 그것이었다. 남녀 간의 사랑은 정조에 대한 절대적 확실성 위에 정초된 것이었고, 여자로 태어났다는 사실은 나에게 부조리하게 느껴졌다. 사랑과 욕망의 차이란 무엇일까. 모든 가벼움을 상실하여 억지스럽고, 의도적이고, 과장된 욕망만이 꿈틀댔다. 나에게 사랑은 무겁고 욕망은 가벼운 것으로 변해버렸다. 과장된 성적욕망만이 충족되지 못한 채 큰 구멍처럼 내안에 자리하게 되었다. 나의 은밀한 욕망은 깊이를 알 수 없는 늪처럼 존재했고, 그 자리를 메우려 포르노를 끊임없이 탐닉하게 되었다. 포르노를 그리는 것은 드러낼 수 없는 은밀한 나의 결핍을 채우기 위한 몸부림과도 같았다. 여성의 입장에서 내 욕망을 그림으로써 자연스럽게 드러내게 되었다. 내 안의 욕망은 여성의 성기인 질처럼 비워져있었고, 채워지길 기다리는 것처럼 보였다. 그리고 갈망하듯 움켜쥐고 빨아들이고 싶은 충동으로 화선지를 채워나갔다. 나의 바뀐 태도에 따라 작업은 조금 더 과감해지고 재료의 운용은 더욱 짙어지게 되었다. 오르가즘을 느끼는 포르노 속 여배우의 얼굴표면에서 몸으로 옮겨갔다. 내 욕망을 그림으로 드러내는 것은 마치 자위행위를 하는 것처럼 카타르시스를 느끼게 했다. 사랑과 성적욕망의 관계는 불가분의 관계일까? 아직까지 내게는 이 모든 것이 혼란스럽게 여겨진다. 섹스와 사랑은 나에게 탐구할 대상으로 여전히 공허하게 남아있다.”

-노경민, 작가노트 중에서-

노경민

2010 세종대학교 회화과 한국화 전공 졸업

2011 세종대학교 일반대학원 회화학과 한국화 전공 수료

 

개인전

2014 팔레드서울 신진작가 공모전_노경민 개인전 “()”, 팔레드서울, 서울

 

단체전

2013 space 404, 세종대학교 갤러리, 서울

2011 씨샾날, 세종갤러리 ,서울

IMAGE VS IMAGE, 홍익대학교 현대미술관, 서울

I WILL SURVIVE, 서교예술실험센터, 서울

그 자리를 벗어나서, 이브갤러리 서울

2010 Exploring life, 세종갤러리, 서울

2009 날개전, 세종갤러리, 서울

2008 날개전, 세종갤러리, 서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