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8.7-12] 신진작가 오혜선 개인전 │ Under – 음지식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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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제목 : 신진작가 오혜선 개인전 │ Under – 음지식물
전시일정 : 2018. 08. 07. (Tue) – 08. 12 (Sun)
전시장소 : 팔레 서울 B1

10여 년간 ‘지하’ 라는 공간에서 머물며 느낀 감정이 이번 작업의 모티브가 되었다.

지하 작업장을 쓰면서 햇볕을 쬘 기회 자체가 박탈되어버린 나 자신이 햇볕이 없어도 잘 살아가는 음지식물 같다는 생각이 첫 시작이었다. 이러한 생각은 자연스럽게 뿌리와 잎사귀를 소재로 삼은 작업으로 연결되었다. 잎사귀 작업들은 다소 톤 다운된 색채를 채색한 캔버스 위에 ‘노방’이라는 얇은 천으로 만든 잎사귀들을 바느질로 부착하는 방식으로 제작되었다. 빽빽하게 붙여진 풍성한 잎사귀들도 어딘가 조금은 어두워 보이는 느낌으로 (실제 음지식물은 그렇지 않지만) 음지식물의 느낌을 주려고 했다.

 

전시장 천정을 뚫고 내려온 듯 한 거대한 뿌리작업은 팔레 드 서울의 지하 전시장 특성을 살려서 제작한 것이다. ‘아래’ 에 위치해 있다는 특성을 우리가 평소에 보기 힘든 식물의 뿌리부분을 보여줌으로 보여주고자 했다. 창문 하나 없는 큐브 형태의 지하 전시장은 평소 본인이 쓰던 작업장 환경과 매우 유사했으며 작업장에서 느꼈던 공간에 대한 감정들 – 땅속 또는 어딘가의 아주 깊은 곳, 아래에 위치해 있음 – 과 동일시하게 느끼게 되었다. 그렇기 때문에 본인은 전시장을 거대한 화분 속 또는 어두운 땅속 세계처럼 표현해보고 싶었다. 또한 당연히 바닥에 뿌리내리는 ‘뿌리’의 특성을 공중에 부양시키는 상황으로 역설적으로 표현함으로써 나 자신의 감정과 상황을 표현해보고 싶었다.

빛이 들어오지 않는 지하작업장을 10년째 사용 중 이다. 지하의 특성상 이 공간에서의 몇 가지 특징이 있다. 그 특징을 나열하면 다음과 같다

 

  1. 바깥의 날씨를 전혀 알 수가 없다.
  2. 시간의 흐름을 느낄 수가 없다. (언제나 어둡기 때문)
  3. 여름이든 겨울이든 대체로 일정 온도를 지닌다. (상대적이긴 하지만 지상보다는 확실히 그렇다)
  4. 햇빛을 절대 볼 수 없다.

 

이러한 ‘지하’라는 공간은 작업하는데 좋은 점도 있고 나쁜 점도 있다. (모든 공간이 대부분 그렇겠지만) 다만 한 공간을 떠나지 않고 짧지 않은 시간동안 묵묵히 버텨온 것은 그곳이 나에겐 단점보다 장점이 더 많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뤄둔 방학숙제처럼 지난 10년 동안의 목표는 ‘지상으로 올라가는 것’ 이었다. 비록 해마다 다짐으로 끝나버리긴 하지만..

10년이라는 시간동안 나의 삶은 여전히 지지부진이다. 팔리지 않는 작가의 삶을 이어가려니 어쩔 수 없이 지하에 묶여버린 꼴이 되어버렸다. 쉽게 말해 아예 ‘뿌리를 내려버린’ 형국이다.

 

가끔씩 이 공간은 마치 하나의 거대한 관 속 같기도 하고 깊이를 알 수 없는 우물 속 같은 미지의 지하세계 같기도 했다. 계단을 내려가 문을 열면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캄캄한 어둠. 그리고 희미한 곰팡이 냄새. 피부로 느껴지는 습기. 이러한 감각들은 때로 나 자신이 진짜 땅속 깊이 박혀있는 느낌을 준다.

여하튼 나는 이 공간에서 10년이라는 시간을 보냈다. 햇빛을 보지 않아도 살아갈 수 있는 음지식물처럼 그렇게 나름의 자생력을 가지고 살아온 것이다.

 

나의 뿌리는 어찌 보면 바닥에 내리지 못하고 천정에 매달려있는지도 모르겠다. 바닥에 견고하게 뿌리내리지 못해 이리저리 흔들리는 것이 내 삶이다. 어렸을 때의 나는 조금이라도 빨리 크고 싶어서, 많은 햇볕을 받아야 많은 잎사귀를 열리게 하는 줄 알고 엉뚱한 곳에 뿌리를 내렸다. 그리하여 그 어리석은 생각의 책임을 아직까지 지고 있다.

 

비록 뿌리는 깊게 내리지 못하고 이리저리 흔들리지만 나는 나만의 방식으로 열심히 생존중이다. 그곳이 어둡고 곰팡내 나는 지하실이건 땅 속이건 그 어딘가의 또는 누군가의 ‘아래’ 일지라도-언젠가는 지상으로 올라갈 날을 꿈꾸고 있다.

 

빛 한줄기 보지도 않고 오늘도 열심히 새로운 잎사귀를 피어올리고 있다

오 혜 선 (OH, HYE-SEON)

이화여자대학교 대학원 조소전공 졸업

<개인전>

2016 제 5회 개인전 Heart (아트 스페이스 너트 선정작가 전)

2013 제4회 개인전 SEE-The Way We Live Now

(화봉갤러리 신진작가 공모 당선 전, 화봉갤러리, 서울)

<그룹전>

2018 한 여름 밤의 꿈 (예울마루, 여수)

2017 봄을 秀놓다 (단원미술관, 안산)

2017 가로수길 BLUE FISH (닥터자르트 필터스페이스 및 가로수길 일대, 서울)

2016 일장추몽 (남산한옥마을, 서울)

2015 PLAYGROUND (소다미술관, 화성)

2015 세종문화회관 예술축제 – 소나기 메르스 브레이커 (세종문화회관, 서울)

2014 미술관 시티 바캉스 (신세계 갤러리 인천)

2014 GS칼텍스 예울마루 개관 2주년 기념展 사람·사람들 (예울마루, 여수)

2013 서울 신청사 개청 1주년 기념 기획전 공사다망 (서울시청, 서울)

2013 N-DIMENSION(차원) 상상의 순간들 (양평군립미술관, 양평)

2013 숨 쉬다, 일상 속 쉼표 (세종문화회관 야외설치, 서울)

<수상>

2015 아트 스페이스 너트 프라이즈 선정작가

2012 제4회 화봉갤러리 신진작가상 수상

2009 서울문화재단 예술창작기금 시각예술분야 선정

2007 경기문화재단 문화예술진흥지원 우수작품창작지원 선정

<기타>

2011 학동초등학교 옹벽 벽화디자인 제작설치 공모 당선 / 강남구청

2011 아시아무대예술제 연극 ‘고도를 기다리며’ 작품 협찬 / 그라운드 씬, 서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