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9.25-30] 정현우 개인전_굴렁쇠를 굴리는 아이의 여정

junghu

정현우 개인전

“굴렁쇠를 굴리는 아이의 여정”

따뜻함이 그리워지는 가을입니다. 흔하게 접하는 광고나 텔레비전의 차가운 이미지들이 조금은 부담스럽게 느껴집니다. 푸르고 깊은 하늘과 겨울을 준비하는 나뭇잎이 보여주는 자연의 색채가 마음을 풍요롭게 합니다. 그리고 자연을 닮은 이야기가 담긴 그림을 볼 수 있다는 것 또한 큰 즐거움일 것입니다. 정현우 작가님의 작품들은 향수어린 휴식을 선사합니다.

구름나라, 공룡, 달팽이, 운동장…이름만 들어도 정겨운 어린 시절을 떠오르게 합니다. 굴렁쇠를 굴리는 아이는 혼자 놀기도 하고, 학교도 가고, 강아지와 놀기도 합니다. 마음속 깊은 곳에서 잊혀가는 그 시절 순수했던 마음을 떠올리고는 살며시 미소 짓게 합니다. 요철이 있는 작품의 질감은 시선이 작품 표면을 들고 나면서 아른거리게 합니다. 일렁이는 시선은 시간을 따라 아득한 시절, 이제는 기억 속에만 존재하는 풍경 속으로 돌아가게 합니다.

그 시절의 풍경은 원두막과 작은 집이 있고, 자유롭게 날아가는 새와, 흙길을 뛰노는 강아지, 물고기와 달팽이가 있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빌딩과 아스팔트 속으로 묻혀버렸지만, 한때는 진짜 살아 움직이며 손으로 만지고 타고 놀 수 있던 것들입니다. 이 모든 것들은 이번 전시 작품의 소재가 되고 있습니다. 정현우 작가님의 작품 속에서 우리는 다시 아이가 되어 자연과 좀 더 가까워질 수 있습니다. 그리고 그 자연은 우리에게 자유를 선사합니다. 기타는 음유시인의 필수품이듯이 영혼의 자유를 주는 악기입니다. 아이는 그 기타 위도 굴렁쇠를 굴리며 지나갑니다.

작가님이 계시는 양구는 아마도 그런 정감어린 감성을 지니게 하는 곳인가 봅니다. 그 유명한 박수근 화백님도 같은 양구출신입니다. 투박하지만 포근한 질감의 화면, 수묵화 같은 선의 사용, 담담하면서도 따뜻한 느낌이 닮았습니다. 강원도의 자연과 소박한 인심이 묻어나는 것 같습니다. 작품 속에 등장하는 굴렁쇠를 굴리는 아이는 우리 마음속의 고향인 아득한 어린 시절의 있었음직한 동네의 풍경을 하나하나 지나갑니다. 지붕이 있던 낮은 집을 타고 지나갑니다. 한가한 오후에 바라보면서 동물 형상을 찾았을법한 구름 위를 지납니다. 그리고 그 구름을 보며 떠올렸을 코끼리, 공룡의 등을 지나고, 뛰놀던 운동장, 동네 시냇가에서 잡았음직한 물고기, 나무, 원두막, 그리고 아버지가 치시던 기타도 지나 새를 따라 하늘로 올라갑니다. 누구에게나 마음 속 한 구석에 숨겨놓았을 아이는, 작품 속에서 추억을 따라가다 보면 새처럼 자유로워집니다. 이것이 자연과 함께 뛰놀던 어린 날들이 주는 마음의 휴식일 것입니다.

현대사회는 우리를 점차 자연에서 분리되어 인공적인 것의 틀에 가두려고 합니다. 화학적으로 가공된 의식주와 인위적 제도 속에서 정신은 점차 삭막해지고, 경쟁과 분노 속에서 살아가게 합니다. 정현우 작가님의 작품은 마음 속 아이를 깨우고 그 아이를 뛰어놀 수 있게 합니다. 아이의 여정을 따라가면서 우리도 훈훈한 마음의 고향으로 떠날 수 있게 됩니다. 이것이 치열하고 뜨거웠던 여름을 보내고 한 해를 추수하는 이 가을에 굴렁쇠를 굴리는 아이를 만나야 하는 이유입니다.

팔레드서울 이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