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4.5-16] 이종희(들로화) 조각전 – “떠다니는 섬들(The Floating Islands)”

슬라이더 2016

전시제목: 이종희(들로화) 조각전 – “떠다니는 섬들(The Floating Islands)”
전시일정: 2017년 4월5일 – 4월 16일 (월요일 휴관)
전시장소: 팔레드서울 2층    

“비정주의 삶”을 주제로 작품 활동을 해온 작가의 최근작을 중심으로 한 전시를 통해 동시대의 사람들의 거주와 삶에 대한 고유한 작가의 시선을 보여주려고 한다. 현대의 유목적 삶에 대한 성찰과 과연 유토피아는 존재하는가에 대한 의문에서 출발하는 이번 전시는 ‘유토피아는 없다’ 라는 자의적 해석을 넘어 우리 스스로 유토피아 건설의 주체가 되어야 한다는 담론을 전개하는 것이 이 전시의 기획의도이다.

“우리의 삶은 왜 정착할 수 없는가?”라는 질문으로 나의 작업은 시작된다. 결혼 생활을 시작한 마포구 노고산동은 재개발로 인하여 이주가 시작되었다. 골목과 계단 그리고 가게들, 그 속에서 만났던 인연과 사건은 포크레인에 의해 사라진다. 아내와 아들의 추억을 상기시켜주고, 과거의 시간을 증명할 것들은 이제 사진 속에서나 가능하다. 달동네는 이제 없다. 달밑에 동네를 이루던 사람들은 자본의 힘에 밀려 이제 어디로 갈까? 우리는 언제부터, 왜 이렇게 끝없는 이주의 역사를 써내려 가는가?

지나고 보니, 한 곳에서의 정착이 무르익으면 자의든 타의든 이삿짐을 쌌다. 늘 새로운 환경과 인연속에서 머무름, 정착을 꿈꾸었다. 하지만 뜻대로 되지 않았다. 그러나 그것은 비단 나만의 이주가 아니었다. 대한민국전체가 이주의 연속이다. 그것이 가난이든 부(富)이든간에… .

현대판 유목은 대한민국의 현재다. 공동체는 무너지고, 따뜻함이 결여된 삶들은 냉정한 자본의 기준으로 서로를 평가하며 으르렁 거린다. 자동차의 등장은 현대판 유목을 더욱 가속시킨다. 온갖 세간 살이를 싣고 떠나는 모습은 길거리의 일상적 모습이 되었다. 우리가 도착한 곳은 좀 더 나은 것일까? “곳“의 환상은 곧 무너진다.

도시를 떠나 시골에서 시작한 “곳”은 비민주적 질서들이 가득찬 곳이었다. 더 이상 떠나지 않기 위해 싸움을 시작한다. 사람을 모으고, 사람들과 살기 좋은 곳을 만들기 위해 노력한다. 예술가의 몫은 그림만을 그리는 것이 아니라, “곳”을 그려야 한다는 것을 깨닫는다.

떠다니는 섬들(The Floating Islands)

 

-사회학적 시선으로 본 신도시의 사람들 -

철새(migratory bird)는 매년 철 따라 움직인다. 적절한 번식지와 월동지를 찾아서 날아간다. 철새 중에는 지구의 반을 날아가는 새도 있다. 이 모두가 생존과 종족의 번성을 위한 행동이다. 생존과 번성을 위해 움직인다는 점에서는 사람도 철새와 크게 다르지 않다.

수 만년전 부터 인류는 보다 나은 삶의 터를 찾아 이주해왔다. 날씨와 토양과 환경이 인간의 이주에 중요한 요소로 작용했으나, 문명이 발달하면서 보다 복잡한 요소들이 끼어들기 시작했다. 이를테면 산업화가 이루어지고 도시가 발달하면서 사회적, 정치적, 종교적, 문화적 요소가 인간들이 삶의 터를 고르는데 중요한 요소가 됐다.

한국사회에서 인구의 이동을 살펴보면 사람들이 원하는 삶의 터가 어떻게 변해왔는지 알 수 있다. 통계에 따르면 1945년 해방 당시 서울의 인구는 90만 여명으로 채 1백만명이 되지 않았다. 그러나 15년 후인 1960년에 이미 244만 여명에 이른다. 특히 본격적으로 산업화가 진행되던 1970~80년대에는 폭발적으로 인구가 증가한다. 1970년의 543만 여명의 인구는 80년대 말에 그 두배에 이르는 1천만명을 넘어서는 것이다. 이는 해방 40년 만에 서울에서 태어나거나 이주(移住 ; Migration)한 인구가 900만명을 상회했다는 뜻이다.

농촌을 떠나 도시로 몰려드는 현상, 즉 이촌향도(移村向都) 현상은 비단 서울만의 문제가 아니었다. 전국의 주요 도시에 두루 나타났다. 너도나도 서울로, 도시로 이주했다. 이는 곳 전통적 농촌사회의 공동화와 해체를 의미했다. 동시에 과밀화되는 도시에서의 삶은 지나친 경쟁사회, 즉 생존 자체를 위한 악다구니 삶을 의미하기도 했다. 농본사회의 전통은 뿌리부터 뽑혔고, 도시민들은 계속 주거지를 옮기는 이주민의 삶으로 변하고 있었다. 1977년 주택은행의 통계는 도시민의 77퍼센트가 1년에 1회 이상 이사하고, 같은 해 청주시민의 22퍼센트가 1년에 2회의 이사를 했다고 밝히고 있다.

이렇게 유목민처럼 변한 도시민의 삶은 새로운 말들을 탄생시켰다. “쪽방”, “달동네”, “옥탑방”, “이삿짐센터” 같은 주거와 관련된 말이 생겨나는가 하면 “공돌이”, “공순이”처럼 직업을 하대하는 말과 “날품팔이” 같은 하루 단위의 고용방식을 뜻하는 말도 생겨났다.

이러한 때, 이러한 사회현상과, 거기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을 주제로 하는 예술이 나타나는 것은 자연스런 일이었다. 문학이 활발히 그러한 새로운 삶과 환경을 다루었고, 연극과 영화에서도 다양하게 나타나고 있었다. 미술도 예외가 아니었다. 1960년을 전후해서 그동안의 서정적 풍경과 인물화에 의문을 제기하며 추상미술이 나타났다. 하지만 그로부터 10여년 후에는 내용이 배제된 채 형식의 새로움만을 추구하는 추상미술에 대해 반발이 일어난다. 즉 80년대에 들어 사회적 현실과 그 변화에 주목하고 그것을 적극적으로 반영하고자 하는 미술이 나타나는 것이다. 이는 앞선 60년대의 ‘서정’이 아니라 80년대의 ‘서사’를, 그리고 역사와 현실을 담아내고자 하는 새로운 미술의 등장이었다. 이른바 “민중미술”이었다. 1980년대 후반에 대학을 다닌 이종희작가가 그 영향을 받은 것은 당연한 일이라 할 수 있다. 그의 초기 작품부터 변화하는 세계를 해석하는 사회학적 관점이 자연스럽게 스며들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번 이종희전의 제목은 “떠다니는 섬들(The Floating Islands)”이다. 이종희의 작품에 나타나는 형상을 한마디로 표현한다면, 무엇인가를 위해, 어딘가로 가고 있는 사람들의 모습이다. 그 사람들은 대게 자동차나 배 같은 운송수단을 타고 움직인다. 그들은 무엇인가에 집중한 채 서둘러 어딘가로 가고 있다. 결국 작품의 주제는 여기에서 저기로 바삐 움직이는 도시민의 모습이다. 그런데 도시민들은 여럿이 같이 있어도 섬처럼 고독하다.

작품들의 제목에 ‘이사’ ‘이동’ ‘이주’, ‘달동네’ 같은 단어가 동원되는 것도 우연이 아닐 것이다. 작품에서 ‘움직이는 사람’들은 주로 경제적 이유 때문으로 보인다. 하지만 때로는 뭔가 정치적인, 혹은 군사적인 목적으로 보일 때도 있다. 그런 경우 어딘지 경직되어 있고, 은근히 비밀스런 분위기가 느껴진다.

이처럼 작가가 ‘움직이는 사람들’을 집중적으로 묘사하고 있는 것은 작가의 과거 삶과 결코 무관하지 않다. 작가는 직업군인이었던 아버지를 따라 전국을 돌아다니며 성장했다. 짧게는 1-2년, 길게는 3-4년 마다 한번씩 이사와 전학을 해야 했다고 한다. 작품 중에 유난히 이삿짐을 실은 트럭이 많은 이유도 그 때문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작가는 또한 고교생부터 신혼살림살이까지 서울 주변 여러 달동네를 전전하며 살았다고 하는데, 흥미있는 것은 그 달동네의 체험이 작품에 결코 부정적으로 묘사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그의 작품에 나타나는 다닥다닥 붙은 달동네 풍경은 예외없이 긍정적이며 낙천적으로 그려지고 있다. 형태와 색채에서 모두 그렇다.

가장 최근에 제작된 작품 <러쉬아워>와 <버스 종점>은 그동안의 달동네 시리즈에서 벗어나 신선한 표현과 내용을 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두 작품 모두 통나무의 가운데를 비워낸 후 그 안에 작은 인물상과 소도구들을 세워놓아 특정한 장면을 연출하고 있다. 시커멓고 커다란 파이프 형태는 인간적 공감이 불가능한 공간, 즉 우리가 사는 거대 도시를 상징하고 있고, 거기에 무표정한 표정으로 걸어나오고 있거나 서있는 인물들은 감정마저 탈색된 시민들로 보인다.

나는 이 작품들을 상징과 은유로 가득 찬 디오라마(diorama)로 해석해본다. 이는 작가가 새롭게 시도하는 일종의 실험작일 것이다. 앞으로 이 작품들이 섬세한 장치와 함께 보다 큰 규모로 결합한다면 관객들에게 매우 신선한 감동을 불러일으킬 수 있으리라고 믿는다.

이 태 호(미술비평/전 경희대 미대 교수)

이종희(LEE, Chong Hoe, 들로화)

 

동국대학교 예술대학 미술학부 조소전공졸업

동국대학교 일반대학원 미술학과 조소전공 졸업

 

개인전

2012년 6회 개인전 Moon-town-dream, 위 갤러리(서울시)

2009년 5회 개인전 Run & Run, 리즈 갤러리(남양주시)

2008년 4회 개인전 48+1,V2, 아이 갤러리(일본 이와키시)

2006년 3회 개인전 48+1,V1, 토마토 갤러리(서울시)

2005년 2회 개인전 떠남이 아름다운 사람들이여 관훈 갤러리(서울시)

2003년 1회 개인전 감정 관훈 갤러리(서울시)

 

 

주요단체전 & 아트페어

2017년 jaala전 도쿄도 미술관(일본)

2016년 남양주 조각회 정기전 남양주 아트센터(남양주시)

2015년 ACAF 예술의 전당 한가람 미술관(서울시)

2014년 이천국제조각심포지움 설봉공원(이천시)

2013년 노고산동 블루스2 마포아트센터 갤러리맥(서울시)

2012년 아트캠프 졸로에게르세그(헝가리)

2011년 한국, 몽골 국제미술교류전 몽골 국립 현대미술관(몽골)

2010년 웃음이 난다 대전시립미술관(대전시)

2009년 대지의 꽃을 바다가, 제주현대미술관(제주도)

2008년 빛의 미래, 철의 미래, 포항시립미술관(포항시)

2007년 이-음-길, 찾아가는 경기도 미술관(경기도)

2006년 SKIN, 정미소(서울시)

2005년 용인조각심포지움(용인시)

2004년 A3 , 화이트 갤러리 (서울시)

2003년 Welcome to sseoul, 광화문 갤러리(서울시)

 

작품소장

경기도 미술관, 제주도립 미술관, 평화박물관, 국립현대미술관 미술은행, 설봉공원(이천시), 생태공원(용인시), 졸로에게르세게즈(헝가리), 강원랜드(강원도), 에코랜드(남양주시), 위갤러리, 서울미술관

 

저서

노고산동블루스(구름서재, 들로화, 2009)

부엉배 화이트(구름서재, 들로화,2010)

노고산동블루스 2(금정출판, 들로화,2014)

와부이야기(금정출판, 들로화, 20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