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7.12-17] 신진작가 이 인 희 개인전

인쇄

전시제목: 신진작가 이 인 희 개인전
전시일정: 2016.7.12(Tue) ~ 2016.7.17(Sun)
전시장소: 팔레드서울 B1    

작가의 작품을 보고 있으면 어디선가 육중한 첼로의 선율이 귓가를 맴돈다.

하지만, 흔히 상상할 수 있는 ‘그런것’은 아니다. 바흐의 첼로 연주는 대지의 흙냄새를 느끼게 해주는 한편 운궁으로부터 생겨나는 힘찬 활력을 선사한다. 이인희 작가의 작품에서 들리는 첼로 선율에선 절제하고 자신을 통제하고자 하는 철학이 느껴진다. 그런 넘치지 않음의 원칙은 자신을 치유하기 위함이며 동시에 작가 자신의 어려운 난제일 것이다.

인생처럼 미술의 해석에도 갈등과 논쟁은 상존한다. 인간의 체온을 유지하며 지독히도 우아한 첼로의 향취를 지닌 작가의 작품은 감상자에게 있어 충분히 매력적일 것이다.

팔레드서울 큐레이터 강혜영

기억의 틈에 숨겨진 숨 

 

김민기(대전시립미술관 학예연구사)

 

이인희작가는 자신의 테두리 안에서 사물을 매개로 세상을 바라보는 남다른 시각을 갖고 있다. 이 세상에서 버려진 것들, 즉 생명의 흔적이 사라진 생선비늘을 손수 닦고 말리고, 자신이 예전에 입던 옷이나 구두에 생선비늘의 패턴으로 이식해 나간다. 그리고 더 이상 쓸모가 없이 버려진 뼈 조각들을 누구도 접근할 수 없는 성탑처럼 만들고 대지 위에 그린다. 이런 일련의 과정들은 모두 이인희의 기억과 관계가 있다. 그 동안 현실 속에 살면서 복잡하게 자리 잡고 있는 기억의 편린들을 ‘손질된 일상, 봉인된 기억’으로 작가는 모든 감정을 감내하며 사물들과 함께 세상을 파고드는 머나먼 여행을 시작한다.

이인희는 봉인된 기억으로부터 출발해서 손질된 일상을 매개로 세상을 끝없이 파고드는 ‘숨’으로 보다 근원적인 생명의 상실에 대한 질문을 던지고 있다. 이전에는 마치 가느다란 생명의 끈을 놓지 않으려는 듯 각기 다른 매체를 손질하고 이식하며 ‘숨’을 불어 넣는 방식이었다면 이번 전시에 출품되는 작품들에서는 그 단계를 뛰어 넘어 기억의 끝자락에 서서 자신을 다시 바라봄으로서 현실과 자신의 기억이 좀 더 긴밀하게 소통하도록 유도하고 있다는 것을 발견하게 된다.

어찌 보면 이 세상은 견고하게 짜여 진 일반적인 현실처럼 보이지만 조금만 다른 시각으로 보면 그 실체는 우리들이 생각하는 세상과 전혀 다르게 보인다. 매일매일 하루가 다르게 변하는 일상의 모습들은 나타났다 사라지기를 반복하며 이 세상을 채워나간다. 그 일상들이 자연적으로 발생을 한 것이든 아니면 인위적으로 일어나는 것이든 크게 상관은 없어 보인다. 왜냐하면 그 것은 이 모든 일상들이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 속에서 일어나는 것이 어쩔 수 없는 분명한 사실이기 때문이다. 이인희 작가는 이와 같이 부정할 수 없는 현실과 닮아 있는 기억을 끄집어내어 자신만의 숨으로 쓸모없이 버려진 사물들에 호흡을 불어 넣는다. 그리고 자신이 만들어 놓은 치유의 공간에 봉인한다.

 

<통증의 섬>작품을 보면 세상에서 더 이상 필요 없는 사물들의 상처까지 직접 치유하려는 듯 자신의 기억 속에 잠재된 애잔한 감성으로 성의 형태로 재구성하며 숨을 불어 넣은 다음 같은 제목으로 다시 회화작품을 제작한다. 여기서 눈여겨 봐야할 것은 모든 회화작품에서 수평선이 존재하고 있는 것을 발견하게 된다는 것이다. 이 수평선들은 마치 자신이 수집한 오브제들의 안식처와 저 멀리 있을 것 같은 미지와의 조우를 수평선이라는 경계로 의도적으로 설정해 놓고 그 관계 속에서 현실과 자신의 기억 이외에 어디에선가 존재할 같은 초현실의 세계를 찾고 있는 것 같다. 그 세계는 자신의 손으로 직접 가공하고 만들고 그려내고 하는 행위를 통해 자신을 포함한 모든 것들을 치유하고 편안하게 쉴 수 있도록 봉인해 놓은 비물리적 안식처와도 같은 곳이다. 그리고 좀 더 자세히 살펴보면 성의 가운데에 있는 선과 수평선이 묘하게 연결되어 있다. 이것은 작가가 정육점에서 잘려진 소의 뼈를 보면서 느꼈던 모순적 절망감, 그 속에 마지막 생명에 대한 선을 부여한 것처럼 보이며, 이 수평선과 의도적으로 연결시켜 놓은 것은 생명에 대한 작가의 마지막 헌신이며 애잔한 위로인 것이다. 그리고 뼈로 구성된 회화작품의 휘어진 곡선과 초원 위 길의 곡선, 그림자의 곡선이 모두 연결되어 있다. 작가는 각각의 대상을 의도적으로 설정한 복잡한 관계망이 직감적으로 감지하도록 유도하고 있으며 여기에 미지의 세상을 상징하는 구름과 삶을 상징하는 대지를 대칭시켜 전체적으로 화면의 긴장감을 더해준다. 그리고 자신의 기억 속에 봉인한 이젠 입을 수 없는 옷들 또한 <통증의 섬>과 같은 방식으로 사진과 오브제, 회화를 넘나들며 <봉인된 계절>시리즈로 표현하고 있다.

<봉인된 시간-이방인>은 말린 배추 잎으로 만든 옷과 구두이다. 이 작품은 몇 년 전, 배추 값 파동으로 수확을 포기하고 뒤 엎을 수밖에 없는 배추밭에서 배추 잎을 직접 채집하고 작업실로 갖고 들어와 손질하고 말려서 자신의 신체사이즈에 맞게 옷과 구두로 제작되었다. 이 작품 또한 <통증의 섬>처럼 세상에서 쓸모없이 버려진 사물들, 즉 배추 잎에 대해 위문공연을 하듯 작업을 하고 자신의 대지 위에 봉인하고 있다.

2012년도에 제작한 <봉인된 시간-감성적수평선>은 영상작품이다. 작가가 직접 해변에서 이젤을 설치하고 바다를 향해 풍경을 그리기 시작한다. 그러나 그리는 풍경은 바다가 아니라 자신의 기억에 자리 잡고 있는 풍경이다. 수평선 저 너머 실제 존재할 것 같은 자신만의 미지의 세계를 그리는 이 영상은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불안해진다. 왜냐하면 자꾸 밀려오는 밀물에 의해 작가의 발이 바닷물에 잠기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작가는 아랑곳하지 않고 태연하게 자신의 풍경을 그려나간다. 그리고 이내 발목까지 물에 잠기게 되는데 수평선과 물에 잠긴 발목의 라인이 수평으로 일치되면서 저 멀리 보이는 수평선이 마치 발목으로 옮겨 놓은 것처럼 느껴진다. 저 멀리 수평선 너머 미지의 세계가 반복적으로 파도치면서 자신에게 다가온 밀물은 프랙탈과 같은 시간의 반복성과 자기유사성을 갖는 규칙성과도 연관이 있어 보인다. 작가가 연출한 이 퍼포먼스는 앞서 본 다른 오브제, 회화, 사진 작품들처럼 같은 맥락으로 읽혀진다.

 

이인희는 자신의 기억과 자신이 현재 살고 있는 현실 사이의 중간지점, 즉 기억과 현실의 경계에서 파생되는 수많은 틈 속에서 ‘숨’이라는 자신만의 표현 언어로 세상을 파고든다. 자신이 그동안 살아오면서 축척된 기억들의 끝자락에 비밀스럽게 숨겨진 숨은 현실과 다양한 방식으로 연결되어있다. 또한 그 사이에 존재하는 무수히 많은 관계들은 항상 고정되어 있는 것이 아니다. 왜냐하면 이 세상 또한 하루하루 전 세계에서 벌어지는 수많은 사건들이 끝없이 뒤엉키고 반응하며 반복하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사람의 기억도 필요에 의해 스스로 편집되고 각색된다. 그동안 살면서 뇌에 기록된 기억들은 서로 반응하기를 반복하며 시간을 뛰어 넘어 재구성된다고 한다. 그 것은 기억이 스스로 존재하지 못하기 때문인데, 가령 자신의 옛날 사진을 오랜만에 볼 때 느껴지는 이상한 기분은 자신의 뇌에 각색된 기억과 다르다는 것을 순간적으로 알아차리고 혼란스럽기 때문이다. 기억의 존재방식은 멈춰 있는 것이 아니라 계속 움직이고 반응하며 변해야만 존재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인희의 작품에서 보이는 모든 대상들은 의미 없이 존재하는 것은 없다. 그 대상들이 원래의 의미를 찾는다는 것은 이미 과거라는 시간 속에 존재하는 것이기 때문에 현재에서 되돌아간다고 해도 완전히 되돌아 갈 수 없다. 하지만 작가의 안식처에서 계속 봉인되면서 상처가 모두 치유되기를, 그리고 그 세상이 영원히 펼쳐지기를 기대해 본다.

 

기억은 불완전하고 인간은 그러한 기억의 결집체이다. 또한 인간은 끊임없이 기억과 새로운 관계 맺기를 시도하며 때론 현재의 나를 절단하고 봉합하며 치유하고자 하는 의지를 갖기도 한다.

쓸모없어져버린 사물들을 매만지며 상념에 젖고 그것으로부터 길어 올린 관념의 꾸러미는 새로운 가치로 전이되고 화면의 대지위에서 재생산된다. 이러한 일련의 행위들은 일상으로부터 격리되어 환원되고 치유되는 양상을 보이지만 그들이 뿌리내린 대지는 결국 인간의 삶이고 나의 일상이라는 것, 행복을 표상하듯 평화로운 초원은 아름답지만 그 풀숲 안에서 일어나는 수많은 현상들을 우리는 모두 알지 못한다. 단지 나는 가끔씩 방문하는 이방인의 손을 빌어 봉인된 시간의 빗장을 풀고 그 안을 손질한 후 잠시 닫아 둘 뿐이다. 진실은 항상 현상 너머에 있지만 우리는 현상 안에서 살아가고 그 안에서 가끔 진실을 기웃거리며 봉인되었던 계절을 맞이하곤 한다.

 

2015. 11. ‘봉인된 계절’을 위한 작가노트

이인희

Education

충남대학교 회화과 및 동대학원 졸업

충남대학교 철학과 대학원 수료

 

Professional Experience

개인전

2016, 봉인된 계절(Palais de Seoul, 서울)

2014, 기억의 경계(Artspace with Artist, 파주 헤이리)

2013, 기억의 경계(Greniers â Sel, Honfleur, 프랑스)

2011, 기억의 경계(롯데갤러리, 대전)

2007, 수면공간 (갤러리 반지하, 대전)

2007, 수면공간 Sleep Space (스페이스 몸 미술관, 청주)

2006, 꽃길에 서다 (이공 갤러리, 대전)

2005, 공간의 침식(롯데갤러리, 대전)

2003, 공간스케치 (스페이스 뜸, 대전)

2002, 손질된 일상Repaired Daily Life (대전 시민회관, 대전)

2000, She, He (이공갤러리, 대전)

 

단체전

2015 하정웅 청년작가 초대전-‘빛’(광주시립미술관, 광주)

감성채집(갤러리 메르헨, 대전)

Time&Space(GlogauAir gGmbH, 베를린, 독일)

소제동, 골목길을 걷다(대전역 철도보급창고3호, 대전)

한국여성미술전(전북도립미술관, 완주)

2014 수평선 (스페이스 씨, 대전)

이상현상(서울과학기술대학교 미술관, 서울)

2013 망루와 우물전(반야지 갤러리, 대전)

2012 이것이 대전 미술이다 (홀스톤 갤러리, 대전)

홍성 답다(이응노 미술관, 홍성)

도시의 숨-열린 미술관(아트팜, 대전)

2011 여성미술의 힘- 평면에서 설치까지 (제주도립미술관, 제주)

아이스크림 메이커(스페이스 K, 대구, 과천)

한국(대전)-프랑스(셍떼티엔)미술 교류전(대전시립미술관 대전)

2010 Decentered( 광주, 부산 시립미술관/광주, 부산)

유망청년작가전(하늘마당 갤러리, 대전)

한일국제미술제’움직이는 성(도쿄, 일본)

금강자연미술비엔날레 특별전(공주 원미산 자연미술공원 전시실, 공주)

李사장의 초대(스페이스 씨 ,대전)

뜻밖의 미술-말랑말랑한 사고/롯데화랑 개관10주년전(롯데화랑, 대전)

2009 Decentered(아르코미술관, 서울)

한일국제미술제 ‘움직이는 성’ (쌍리 갤러리, 대전)

리빙퍼니쳐-원더풀 라이프 (청주미술창작 스튜디오, 청주)

‘모심으로 미소짓다’프로젝트 (갑사, 공주)

배밭에서 한밭을 만나다- Local to Local (스페이스 배, 부산)

2008 door to door 6 (갤러리 반지하/대전창작센터, 대전)

정뱅이마을 프로젝트 (정뱅이 마을, 대전)

2007 5명의 떠오르는 작가들- 유망작가 지원전 (대전시립미술관, 대전)

종촌.. 가슴에 품다 – 공공미술프로젝트(연기군 종촌 폐가)

2006 숨결-국제 인천 여성미술비엔날레 (문화예술회관, 인천)

2005 일상의 연금술-한국미술 뉴질랜드전(Christchurch Art Gallery, 크라이스트처치, 뉴질랜드)

자연발화- (대안공간 반지하, 대전)

궁동전- 화이트포럼 기획 (유성 문화회관, 대전)

봄에 이끌림 (연정 국악 문화회관, 대전)

수면공간Sleep Space (덤보아트센터Dumbo Art Center, 미국, 뉴욕)

2004 전환된 이미지 (대전시민회관, 그린포토 갤러리, 대전, 서울)

신나는 예술여행 – 움직이는 미술관 (문예 진흥원 기획, 청주, 단양, 충주)

예술가의 상자를 열다 (에스닷 갤러리, 대전)

대관령 자연 미술제 (대관령 삼양목장, 대관령)

섬에 대한 기억 (21세기 갤러리, 대전)

자연미술비엔날레 특별전 (공주 구 경찰서, 공주)

걸리버 여행기 (성곡 미술관, 서울)

일상의 연금술 (국립현대미술관, 과천)

365 드로잉 전 (유성문화원, 대전)

요리보고 미술보고 (롯데화랑, 대전)

봄에 이끌림 – 시민회관 기획시리즈1 (시민회관, 대전)

등 90여회

 

Awards

하정웅 미술상 수상

 

소장처

작품소국립현대미술관 미술은행, 대전시립미술관, 아트레시피